황동인黃銅印

시선詩仙 이태백(李白)의 詩 장진주將進酒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귀한 집 사람이 거울을 보며 백발을 서러워하는 것을, 아침에는 푸른 실과 같더니 저녁엔 눈처럼 희어졌네." 황동 혹은 청동거울은 유리거울이 발명되기 수천년 전부터 지체높은 가문의 규수가 얼굴을 비춰보며 치장을 하기도 하고 젊음이 가는 것을 한탄하기도 하였던 정감 가는 기물이다. 변색된 청동거울은 시인의 부끄러운 과거를 반추하기도 하지만, 잘 닦인 황동거울은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예언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처음 대하는 촉감은 차갑지만 체온과 함께하면 이내 따스한 주인의 온기를 품어 안는다. 은근히 달구어진 놋쇠 화로처럼. 지니고 있으면, 주인에게 굳세고 강건하게 인생을 살아가라 채찍질하고, 힘들고 어려울때 함께할 벗이 되어줄 것이다. 팽개치고 짖밟아도 깨지거나 부러지지 않고 주인의 역사보다 오래도록 살아 남으리라. 누가 알겠는가, 긴 세월 지나 장롱속 깊은 곳에 푸른 녹 끼어 잠들어 있을 때 천진한 아이가 그것을 찾아 깨워 후후 입김 불며 갈고 닦아, 그대 이름 박힌 황동도장을 세상에 내어놓을지.
제작과정은 아래와 같다. 
종이에 인고하기. .

黃銅 印面에 인고하기. . 
강쇠 평정으로 쪼아 글씨 새기기. . 
완성. . . 칼이나 창과 같은 무기로 사용할만큼 단단한 황동에 글씨를 양각으로 새기는 일은 결코 녹녹치 않다. 이것은 고행에 가까운 작업이다. 첨단 컴퓨터 조각기계들이 널려있는데 굳이 수작업을 고집하는 것은 도장이 의미하는 상징성 때문이다. 인장은 그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고, 그의 인성이 이름과 함께 도장으로 체화되어 몸체에 새겨진 것이다. 이러한 믿음의 신표信標를 어찌 감정 없는 차가운 기계덩이에 맡길수 있겠는가. 곁눈으로도 호기심 하나 주지 않는 인장인印章人 마지막 세대의 작품이 무명의 유물로라도 남겨지기를 바랄 뿐이다. . . . |